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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총성은 커지고, 평화는 뒷전으로 밀린다

세계 군비 지출 사상 최고치…‘잊힌 전쟁’ 고통은 가중

 

인사이드피플 김범준 기자 |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의 시선은 늘 강대국들의 무기 경쟁에만 머물러 있다. 수단, 콩고, 미얀마, 에티오피아 등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분쟁과 인권 침해는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7,1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9.4% 늘어나 냉전 종식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인도 다섯 나라가 전체 지출의 60%를 차지했으며, 100개국 이상이 사회복지나 인도적 지원을 줄이면서까지 국방비를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그 결과는 잔혹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강제 이주민 수는 지난해 말 1억 2,320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쟁과 박해, 인권 침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늘어나지만, 구호 자금은 부족해 현장은 늘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

 

폭력의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무장 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6만 5,000건 이상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인구 7명 중 1명이 직·간접적으로 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카메라 밖’에서 벌어지는 분쟁일수록 국제사회의 관심은 줄어들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과 유럽에서는 군비 경쟁이 치열하다. 이스라엘은 2024년 군사비를 65%나 늘려 1967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독일은 통일 이후 처음으로 세계 4위 지출국에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GDP의 7.1%, 34%를 국방에 쏟아부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군사부담’ 국가로 기록됐다.

 

반면 인도적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유엔은 올해 말까지 1억 8,120만 명을 돕기 위해 454억 달러를 요청했으나, 실제 충당된 금액은 턱없이 부족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군사비 증강이 사회적 투자와 연구개발을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기록적인 군비 지출은 단순히 전투기와 탱크의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좁아진 정치적 상상력, 그리고 평화가 각주로 밀려나는 현실을 보여준다. 유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말처럼 “숫자 뒤에는 셀 수 없는 인간적 비극과 생존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총성에 귀 기울이고, 평화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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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기자 편집국 경제.사회부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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