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미첼(1900~1949)의 소설이 원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제작자 데이비드 O. 셀즈닉은 레트 버틀러 역에 팬들이 가장 원하던 클라크 게이블을 캐스팅했고 전국의 신인 연기자와 주연급 여배우들의 오디션을 거친 후 결국 영국의 비비안 리에게 남부 미녀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겼다.
영화의 플롯을 이끌어 가는 스칼렛의 변덕스러운 마음으로, 비비안 리는 이를 처음에는 들뜨고 경솔하게 나중에는 단단하고 냉혹하게 표현했다. 이 영화의 제목에서 이미 전체적인 내용을 잘 함축하고 있다. 폭풍처럼 몰아쳤던 남북전쟁의 패배로 미국 남부의 부와 영광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노예가 없어진 지주들은 경작이 불가능해진 농장을 포기했고 북부의 뜨내기들은 남부로 몰려들어 헐값에 그 토지를 가로챘다. 불타버린 저택과 몰락한 가문과 갑자기 찾아든 빈곤 속에서 남부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명예와 자부심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무력감 속에서 바라 봐야만 했다.
그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강인해지고 성숙해가는 한 여인의 삶을 서사시적으로 그린 대작소설이다. 이 영화의 내용을 잠시 얘기 하겠다.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는 마치 전통적인 남부처럼 오만하고 제멋대로이며 콧대높은 16세의 아름다운 대지주의 딸이다.
그녀는 빼어난 미모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는 <애슐리 윌크스>가 있었다. 하지만 애슐리가 자기 사촌 <멜라니>와 결혼하려하자 복수심으로 애슐리 동생의 약혼자이자 멜라니의 오빠인 <찰스>와 결혼한다. 그러나 찰스가 전쟁에 나가 전사하고 북군들이 몰려오자 스칼렛은 극도의 가난과 고초를 겪게 된다.
온갖 궂은 일을 전전하던 그녀는 동생의 약혼자인 <프랭크>와 결혼해 애틀랜타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그 사업체 중 하나를 애슐리에게 맡긴다. 그러나 프랭크 역시 결투 중에 죽고 스칼렛은 다시 독신이 된다. 이제 27세가 된 스칼렛은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레트 버틀러>와 결혼한다. 그러나 애슐리를 잊지 못하는 그녀의 태도 때문에 레트는 결국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사촌 멜라니가 죽은 후에도 애슐리가 자기를 거부하자 스칼렛은 비로소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레트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록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제 성숙해지고 강인해진 스칼렛은 자신의 땅 타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웅장한 스케일과 실감나는 전투신, 화려한 남부 상류층의 생활상, 그리고 전쟁의 뼈아픈 상처 등 볼거리가 푸짐하지만 스칼렛과 레트의 열정적 사랑을 빼놓으면 속 빠진 만두일 뿐이다.
특히 빨간 카펫이 깔린 대저택 거실 계단에서 레트 역의 콧수염 미남 케이블이 스칼렛 역의 개미허리 비비안 리를 눕히듯 퍼붓는 정열적 키스신은 영화속 가장 로맨틱한 키스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고 이 장면으로 하여 이 둘은 세기의 연인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칼렛은 떠나버린 후 레트가 자신의 전정한 사랑임을 깨닫지만 사랑은 이미 떠난 후이다. 그때 스칼렛은 이렇게 독백을 내뱉는다. “아, 머리가 너무 복잡해,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