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과잉수사 주장에 당심은 물론이며 지지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의 이탈 움직임까지 감지되며 위기에 처했다.
18일 정치권은 홍 의원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경선을 거듭할수록 당원 투표 비율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지난 16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첫 토론회에서 홍 의원은 하태경 의원이 '조국 수사가 잘못된 것이냐'고 몰아붙이자 "전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며 "잘못된 게 아니라 과잉수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로서) 정덕진, 정덕일 형제 모두를 구속하지 않고 한 사람만 했다"고 했다.
하 의원이 ‘정치검찰임을 고백한 것’이라며 "가장이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조선시대 경국대전에 나온 법 의식이다. 개인이 잘못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계속해서 몰아치자, 홍 의원은 제대로 답변할 시간을 놓쳤다.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홍 후보님, 이건 아니다"라며 "조국 부부가 범법자인데 '1가구 1범죄만 처벌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은 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라고 직격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실언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가족 중에 대표자만 구속한다 이런 논리는 적어도 조국 사건에 적용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네티즌들의 비난도 뜨겁다. "민주당은 스스로 무너진 게 아니라 입시 브로커 조국과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때문"이라며 “대권 욕심에 갑자기 뒤통수를 쳤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와 똑같은 '홍적홍'(홍준표의 적은 홍준표)", "역선택 지지율에 취해 정신 못 차린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에서) 아빠는 물론이고 미성년이었던 쌍둥이 딸까지 기소돼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과도한 검찰권이 조국 가족에게만 선택적으로 행사됐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조국 가족은 권력의 비호와 엄호를 받고 검찰은 수사방해와 탄압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토론회 직후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가족이 연루된 범죄는 대개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하거나 불입건하는 것이 제가 검사를 할 때 관례였다"며 "그래서 조국의 가족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고 말한 것"이라고 적었다.
토론회 직후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홍 의원은 "조국 전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 수사였다"고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의원이 그 입장을 고수한다면 남은 대선 경선에서 일단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윤 전 총장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1차 컷오프 결과에서 윤 전 총장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리면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홍 의원을 지지하는 2030 세대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았는데, 조 전 장관의 '내로남불' '언행불일치'가 드러난 게 등을 돌린 결정적 계기였다"며 "그런데 지금에 와서 검찰 수사가 과했다는 홍 의원의 주장은 이들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굉장한 '실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추석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면 다시 만회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그렇다고 입장을 번복하면 지지를 받는 진보·중도층에서 이탈이 있을 거 같고, 안 하자니 보수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홍 의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