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실책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이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나서면서 문 정권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 속에 참패를 면치 못한 것을 계기로 정권 재창출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태세 전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요 대선 주자들이 현 정부 고위직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판보다는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 대권 주자 9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처음 만나는 국민, 독한 질문’ 행사에서 ‘현 정부의 가장 실패한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공통 질문에 부동산정책 실패를 꼽았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였다. 정 전 총리는 “(주택)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너무 많은 정책을 남발했는데 아직도 안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청년, 부동산, 분권 등 세 가지”라면서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부동산”이라고 했다. 최 지사는 “서울에서 재개발을 못 하게 하는데 김해 작은 도시에서도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너무 규제 위주 정책을 펴고 3기 신도시 공급 속도가 너무 늦다고 하더라”고 성난 부동산 민심을 전했다.
여권 ‘1강’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 정부의 아쉬움을 굳이 지적하라면 역시 부동산 가격 폭등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부동산을 보유한 것을 국민이 보면 집값이 오른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고도 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말했지만, 정작 청와대 및 각 부처 장관 등이 다주택을 보유한 사례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가장 잘못된 정책이라면 부동산을 꼽고 싶다”고 했다.
반면 현 정부에서 최장수 총리 기록을 달성한 이낙연 전 대표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대답을 내놓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잇단 인사 실패도 도마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몇몇 인사가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린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총리로서 때로는 제청하고 보고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검증이 충분치 못하다는 걸 저희도 절감한다”고 덧붙였다.박용진 의원은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을 겨냥해 “대통령이 판단하고 청와대가 결정할 문제지만, (인사 관련) 불신을 만들게 됐다면 참모로서 일정하게 책임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현재 인사검증 시스템이 대폭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현 정권의 부동산정책 및 인사 실패를 질타한 대선 주자 상당수는 현 정부에서 총리 및 장관 등 내각 구성원이었거나 여당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 및 의원 신분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간 침묵하다 이제 와 비판하는 건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자가당착이든 아니든 명백한 실정인 것은 분명하니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불이익이 오더라도 맞는 건 맞는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책임총리제를 시행하지 않은 점을 짚으며 “(후보) 자신이 책임 주체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 주체가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도 “온 국민이 다 아는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에게 기대해볼 만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과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