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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애정에 빛나는 5월의 꽃 ‘장미’

2021 서울장미축제’가 5월13일부터 31일까지 개최

                                                                         <개인블로그 자료사진 캡쳐>


세기의 연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묘비에는 그가 직접 쓴 다음과 같은 묘비명이 새겨져 있다. “오 장미. 순수한 모순의 꽃. 겹겹이 눈꺼풀처럼 쌓인 꽃잎 아래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을 자는 즐거움” 장미를 그토록 사랑했고 많은 장미의 시를 쓴 릴케는 그의 묘비명에까지 이렇게 장미를 노래했다. 그렇게 장미를 사랑했던 릴케는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 아름다움도 정도껏 누려야 하는가 보다.


아름다움의 상징 장미꽃도 코로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올 5월엔 꽃 농가와 매장의 카네이션 매출이 예년보다 뚝 떨어졌고, ‘어버이날’에도 거리에서 카네이션을 단 사람을 보기 힘들어졌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에 카네이션 매출이 바닥권이어서 일부 대기업이 꽃을 대신 팔아주는 행사까지 벌이고 있다.


5월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장미. 사랑, 애정이란 꽃말처럼 로즈데이(14일), 성년의 날(17일·셋째 월요일), 부부의 날(21일) 등, 장미를 선물하는 날은 많지만, 꽃을 키우거나 판매하는 이들의 얼굴에 꽃이 피지는 않을 듯하다. 꽃이 비실용적이고, ‘가성비 낮은 선물’이라는 인식이 번지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꽃은 아주 뛰어난 선물이다. 꽃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질병 치료에 이용돼 왔다. 중국 삼국시대의 명의 화타는 ‘꽃향기 주머니’로 환자를 치료했고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꽃이나 나무를 기르면서 몸을 운동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원예치료’ △꽃 향료를 따뜻한 물에 한두 방을 떨어뜨려 목욕하거나 직접 향료의 냄새를 맡아 마음을 안정시키고 병을 치료하는 ‘아로마요법’ △꽃 수액을 섞어 먹어 병을 치료하는 ‘바크요법’ 등의 꽃 치료법이 많은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꽃을 보기만 해도 뇌가 안정적으로 변하고, 좋은 향기를 맡으면 심신의 스트레스가 풀리고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연구결과는 무수히 많다. 특히 장미처럼 아름다운 꽃을 선물하거나 받을 때, 눈으로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거나 향기를 맡을 때 행복감과 시각·후각의 만족감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장미는 식용으로도 좋은데, 각종 비타민과 항산화물질이 듬뿍 들어있어 몸의 생기를 유지하고 노화를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 또 여성호르몬도 풍부해서 생리통이나 갱년기장애를 누그러뜨리는 데 좋다. 장미도 꽃차로 마시면 좋다. 끓인 물에 꽃잎 3, 4개를 넣고 살짝 우려 나오면 마시면 된다. 장미는 로즈워터를 만들거가 구매해서 다양하게 먹는 것도 좋다.


장미처럼 아름다운 꽃을 가까이하면 요즘 가장 문제가 되는 충동성, 증오 등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더없이 좋다. 코로나 팬데믹에 미세먼지나 비구름이 겹쳐서 우울하다면 집안에 꽃이나 식물을 가까이 하면 우울 완화와 신체의 해독작용에 최상이다. 침실에 아름다운 꽃을 두면 불면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편 중랑문화재단(이사장 표재순)이 발족 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가장 예쁜 축제, 2021 서울장미축제’가 5월13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다.


올해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서울장미축제’를 지향하며 기존 중랑장미공원에서 펼쳐지던 축제를 ‘조용조용 띄엄띄엄’이라는 캠페인과 더불어 중랑구 16개 동 분산형 축제로 운영되도록 준비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해인 시인의 시 ‘장미를 생각하며’ 한번 가봐야겠다.



장미를 생각하며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