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묵 양구군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와 형식적인 말은 큰 차이가 있다. 자식을 향한 따뜻한 말 한마디와 제자를 향한 스승의 말 한마디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진심이 담긴 말이 모여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좀 더 올바르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살면서 기쁨 중의 하나는 크고 작은 감동과 마주할 때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진리를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끼고,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전쟁을 치른 예도 있다. 이렇게 진심의 힘은 크고 위대하다.데일 카네기의 저서 `인간관계론'에는 “다른 사람을 솔직하게,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의 말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평생에 걸쳐 그 말을 보물처럼 여기고 반복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진심이 담긴 말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얼마 전 김형석 교수님이 양구에서 올해 첫 강연을 하기에 참석한 바 있다. 10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연의 내용 한 말씀 한 말씀이 잔잔한 감동을 줬다.

그분께서 하신 말씀 중의 하나는 역사는 진실에 의해 변해 왔다는 것이다. 국가와 국가 간, 국가와 개인 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진실이 있어야 관계를 지속할 수 있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북한과의 관계, 대미, 대중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고 또한 국민을 대상으로 정치의 경우도 다를 수 없다. 최근 LH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의 믿음을 외면했기에 국민은 단호히 심판을 내렸다. 공자가 말씀하신 `무신불립(無信不立)'도 정치의 기본은 신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행정의 역할도 예외일 수 없다. 진심의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뿐 아니라 공직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공직자가 하는 일은 개인이 아닌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따라서 개인의 업무는 국민을 향한 진심이 담겨야 그 가치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행정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기도 하고 한참 뒤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때그때 평가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시적 평가에 의해 행정이 이뤄진다면 진심의 행정은 어려울 수 있다. 행정은 국민의 편익과 삶의 가치를 높이는 큰 방향을 세우고 일관되게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을 위한 일이며,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진심이 줄 수 있는 기적을 뜻한다. 1997년 IMF 당시 국민들의 금 모으기 진심은 조기에 IMF를 탈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각 지역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을 향한 진심의 정책이 요구되며, 그러한 진심을 담은 각종 정책은 국민들로부터 진실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양구군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국방개혁에 따른 군부대 통폐합과 군장병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지역상경기 위축, 지역 간 개인 간 이해 충돌, 내부적 갈등 요소 등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 가는 방법은 주민과 지역을 위한 진심의 행정이 최선일 것이다. 안에서의 갈등은 역사의 강물의 흐름 아래서 녹아 유유히 흘러갈 것이다.

우리는 나와 진실로 대면하게 됐을 때, 새로운 나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행정 또한 지역과 주민을 위한 진심의 행정을 구현할 때 지역주민의 지지와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