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플 김연수 기자 | 지금의 여름은 무더위를 피해 그늘과 냉방시설을 찾지만, 76년 전 같은 계절을 보내던 누군가는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었다.
지난 17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 일대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두 개의 여름’을 떠올리며 6·25 참전용사의 희생과 오늘의 삶을 함께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신천지자원봉사단 고양지부(지부장 이승주·이하 고양지부)는 이날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슬기로운 여름생활-그해 여름, 1950년 6·25 참전용사의 여름나기’를 주제로 시민 참여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6·25전쟁을 연도와 전투명으로만 기억하기보다 그 시대를 직접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쟁이 끝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참전유공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그 의미를 가장 생생하게 전한 사람은 실제 참전용사였다.
김광수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부지부장은 불과 18세의 나이에 전쟁터로 향했던 자신의 청춘을 되돌아봤다.
강원 인제 한석산 전투 등 치열했던 전장에서 또래 전우들과 생사를 오갔던 당시의 기억이 그의 발제를 통해 전해졌다. 지금 시민들이 누리는 일상의 평화 뒤에는 이름조차 모두 기억되지 못한 수많은 젊은이의 희생이 있었다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승주 고양지부장은 참전용사를 기억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전유공자를 기억한다는 것은 기념일에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라며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의 변화 과정과 보훈을 연결한 이야기도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초대 고양시의원을 지낸 이준득 전 의원은 과거 흙길이었던 지역에 도로와 도시 기반시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을 소개했다.
지금의 도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 오늘의 일상 역시 나라와 삶의 터전을 지켜낸 이들의 희생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이다. 기반시설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것처럼 참전유공자에 대한 기억과 예우도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행사장은 역사 이야기만 오가는 공간에 머물지 않았다.
뮤지컬 ‘그날을 기약하며’는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과 사람들의 그리움, 다시 만날 날에 대한 희망을 무대 위에 풀어냈다.
이어 사물놀이와 무용, 아리랑을 활용한 마칭밴드 공연이 펼쳐지며 호국정신과 평화, 연대의 의미를 전했다. K팝 댄스와 모둠북 공연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성장한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또 다른 장면이 됐다.
아이들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곳곳에 마련됐다.
‘1950년 6월 25일 그해 여름’과 ‘그해 여름, 그리고 잊혀진 영웅의 오늘’을 주제로 한 부스를 비롯해 친환경 양말목 공예, 컬러링 부채 만들기, 6·25 성향테스트 등을 통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보훈의 의미를 체험으로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를 관통한 메시지는 단순했다. 참전용사의 희생을 ‘과거의 역사’로만 남겨두지 말자는 것이다.
고양지부 관계자는 “보훈의 의미를 과거의 기억에서 현재의 관심과 행동으로 이어가고자 한다”며 “이번 행사가 참전유공자의 오늘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지속적인 관심과 예우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