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플 김연수 기자 |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종교라고 해서 기본권까지 다르게 적용돼서는 안 됩니다!”
유럽의 인권·종교자유 전문가들이 서울에서 한국의 종교 및 표현의 자유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95세 종교지도자에 대한 재판 전 구금부터 종교인의 정치 참여, 정교분리 원칙의 적용 방식, 소수종교에 대한 사회적 낙인까지 다양한 사안이 논의됐다.
국경없는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HRWF)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의 종교·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스 누트 HRWF 공동대표와 티에리 발 양심의자유를위한단체(CAP LC) 회장, 마크 네메시 신종교연구센터(CESNUR) 부소장, 미하엘 랑한스 유럽종교자유포럼(FOREF) 이사, 마시모 인트로비녜 CESNUR 대표 겸 비터윈터 편집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신천지예수교회와 이만희 총회장을 둘러싼 최근 상황을 주요 사례로 들었지만 “특정 종교를 옹호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스 누트 공동대표는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하나의 교단이 아니라 기본적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와 행정조치가 특정 종교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구금 과정에서 적법절차와 비례성의 원칙이 제대로 고려되고 있는지를 언론과 사회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유죄 확정 전인데”…공직자 발언에 무죄추정 문제 제기
티에리 발 회장은 한국의 종교자유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만희 총회장 사건과 관련해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 공직자가 처벌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피고인을 이미 유죄인 것처럼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며 무죄추정 원칙을 강조했다.
국가기관이 종교의 교리나 신학적 정당성까지 판단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가 판단해야 할 것은 위법행위 여부이지 종교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는 취지다.
마크 네메시 부소장은 종교인의 정치 참여 문제를 짚었다.
그는 종교가 역사적으로 사회와 정치 문제에 의견을 제시해 왔다며 종교인의 정치 참여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모든 종교에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내 특정 종교를 둘러싼 논란이 해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네메시 부소장은 유럽과 아르헨티나, 호주 등에서 신천지 교회를 연구한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에서 형성된 부정적인 인식이 해외 신도들의 종교생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정교분리, 종교인의 사회 참여 금지 의미 아냐”
법률 전문가인 미하엘 랑한스 이사는 정교분리 원칙의 적용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신앙인도 세금을 내고 사회에 기여하는 시민”이라며 국가와 종교기관을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것과 종교인이 시민으로서 정치·사회적 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특정 종교인의 사회 참여를 교단 전체의 불법 정치활동으로 판단하려면 명확한 사실과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도 내놨다.
마시모 인트로비녜 대표는 소수종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제도적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비관용-차별-박해 및 폭력’으로 이어지는 ‘로마 모델’로 설명하면서 언론과 사회에서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가 행정·사법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초점은 ‘95세 미결수’…“가택연금 등 대안 있는데”
이날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사안 가운데 하나는 이만희 총회장의 나이와 구금 상태였다.
인트로비녜 대표는 유엔의 ‘넬슨 만델라 규칙’을 언급하며 95세 초고령자가 비폭력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면 교정시설 구금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가택연금 등 다른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주나 증거인멸을 막으면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설명이다.
참석자들은 법 집행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보다는 고령자의 건강과 인간의 존엄, 무죄추정과 구금의 비례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 기자회견으로 끝나지 않아…인권위에 직접 진정
유럽 인권전문가들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종교인의 정치 참여 제한과 고령 종교지도자의 구금 문제를 국제인권 기준에서 다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95세 피고인에 대한 미결 구금은 유엔의 만델라 규칙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 총회장이 구금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석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직접 찾았다.
참석자들은 초고령자인 이 총회장의 건강과 인도주의적 상황을 고려해 석방을 검토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날 일정은 기자회견과 공동성명 발표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으로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종교적 소수자 문제와 고령 피고인의 처우가 국내 사법절차뿐 아니라 국제인권 기준의 관점에서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