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7 (금)

  • 맑음동두천 33.3℃
  • 맑음강릉 29.6℃
  • 맑음서울 33.9℃
  • 맑음대전 33.2℃
  • 맑음대구 31.1℃
  • 맑음울산 29.8℃
  • 맑음광주 32.8℃
  • 맑음부산 34.5℃
  • 맑음고창 ℃
  • 구름많음제주 30.2℃
  • 맑음강화 31.7℃
  • 맑음보은 29.9℃
  • 맑음금산 32.1℃
  • 구름많음강진군 33.8℃
  • 맑음경주시 31.6℃
  • 맑음거제 32.1℃
기상청 제공

사회

[기고문] 전쟁터에서 지킨 법치, 95세 노인에게도 공정해야 한다

 

나는 6·25전쟁을 겪은 참전용사다. 전쟁터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평범한 일상과 자유가 얼마나 큰 희생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수많은 전우가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대한민국은 힘이 앞서는 나라가 아니라 법과 원칙,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는 나라였다.

 

최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올해 95세의 초고령자다. 이 글은 특정인을 무조건 두둔하거나 법적 책임을 피하게 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위법 행위가 있었다면 법과 증거에 따라 엄정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절차 역시 공정하고 비례적이어야 한다.

 

형사재판의 기본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피고인을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다.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 재판과 수사를 위한 예외적인 수단이어야 한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지 않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칙에 더욱 부합한다.

 

특히 95세 노인에게 구금은 젊고 건강한 사람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좁은 공간에서의 생활과 제한된 움직임, 불규칙한 수면과 식사, 의료 대응의 한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구속은 사실상 판결 전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전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나는 국가 권력이 더욱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 중에는 긴박한 상황을 이유로 개인의 권리와 생명이 쉽게 뒤로 밀릴 수 있다. 그렇기에 전쟁이 끝난 뒤 우리가 세운 민주국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법적 절차와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희생을 감수하며 지키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심판에서 제외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필요 이상의 신체적 고통을 감수하게 해서도 안 된다. 전자장치 부착, 주거 제한, 정기적인 출석 확인 등 현실적인 조건을 부과한다면 불구속 상태에서도 재판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한 재판은 피고인을 가혹하게 다룰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 사실을 밝히고, 피고인의 방어권과 건강권까지 함께 보장할 때 비로소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진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법치를 위해 싸웠던 참전용사의 한 사람으로서 사법부에 간곡히 요청드린다. 이만희 총회장의 연령과 건강 상태, 도주 및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면밀히 다시 살펴 합리적인 조건 아래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판단해 주길 바란다.

 

법은 누구에게나 엄정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이어야 한다. 95세 노인에게까지 법치의 절제와 사법의 온기가 미칠 때, 우리가 지켜낸 대한민국의 가치도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김원소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은평구지회장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편집국

김재윤 기자 편집국 경제.사회부 담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