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영진 / 전 서귀포시 부시장
지난 달 제주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가장 치열한 고지전이 전개되었던 강원도 백석산 전투 중에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 참전용사의 유해가 70년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뉴스를 접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제주 출신 참전용사는 1933년생의 어부로 바다일로 생업을 꾸려가던 중 전쟁에 참전하였다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 측에서 유가족들의 유전자 확인으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추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라 한다. 많은 시간이 흐르긴 하였지만 지금이라도 영령의 희생을 기릴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불리는 6.25전쟁은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우리 민족의 뼈아픈 역사다. 약 3년간 이어진 전쟁은 국군과 유엔군을 포함해 178,569명의 전사자와 555,022명의 부상자, 28,611명의 실종자와 14,158명의 포로와, 민간인 사상자 100만여 명, 전쟁 고아 10만여 명과 1천만 이산가족을 남겼으며, 70년이 지난 지금도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국군은 13만 8000여 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12만 3000여 구의 시신은 수습되지 못한 채 아직도 조국 산천에 묻혀있다. 국방부가 지난 2000년부터 유해 발굴을 시작해 시신 10,967구를 찾아 냈지만 신원이 확인된 사례는 지난 5월 14일 기준으로 164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 6일 현충일, 6월 25일 한국전쟁, 6월 29일 연평해전 등 국가보훈처는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기리고 국민들의 애국정신을 드높이고자 이와 같이 기념일을 지정하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6월 1일부터 10일은 추모 기간으로 11일부터 20일은 감사기간, 21일부터 30일까지는 화합과 단결의 기간으로 정해 온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많은 행사가 축소되거나 생략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지양해야겠지만 호국보훈의 달을 상기시키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고양시키는 일은 굳이 사람들이 모이지 않더라도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 속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행복은 나라를 지키고자 자신의 몸과 마음을 희생하신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나라사랑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선열들의 자기희생과 나라사랑 정신을 가슴깊이 새기고 더욱 더 화합하고 단결하여 지금과 같은 코로나 19의 위기 상황 등을 잘 극복해 나가야 하겠다. 또한, 보훈가족에 대한 마땅한 예우와 함께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당연한 도리와 의무일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하루하루가 불안 속에서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호국보훈의 달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없는 현재는 없으며 미래 또한 없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어떤 마음으로 헌신했는지 오늘 하루만이라도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김영진 / 전 서귀포시 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