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영국 옥스퍼드대 애슈몰린 박물관은 런던의 유명한 악기 제작자이자 수집가 집안인 힐 가문으로부터 바이올린 ‘메시아’를 기증받았다. 이 악기는 세계적인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것으로 2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장 비싼 악기 중 하나다.
1999년 이 악기가 위작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트라디바리는 1716년에 메시아를 제작했고 1737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후 메시아의 소장자 중 한 명이 복제했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메시아의 진품 여부를 가리기 위해 ‘연륜연대학’(나이테에 생장 연도를 부여하고 나이테에 저장된 다양한 환경 정보를 밝히는 학문)이 동원됐다. 조사 결과가 엇갈리는 가운데 논란은 2016년에야 마무리됐다. 영국의 한 연륜연대학자는 1724년에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의 또 다른 바이올린 ‘엑스-빌헬미’와 메시아의 나이테 패턴을 비교한 뒤 메시아를 진품으로 확인했다.
나무는 자신이 살아 온 세월을 나이테에 새겨둔다. 그 안에는 기후도 포함된다. 미국 애리조나대 나이테연구소 교수인 발레리 트루에는 나이테를 이용해 기후가 생태계, 인간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그는 “연륜연대학은 생태학, 기후학, 인류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과 환경의 상호 작용을 밝힐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각국의 연륜연대학자들은 4000여 개의 조사 구역에서 얻은 나이테 데이터를 서로 공유한다. 이렇게 모인 세계 나이테 네트워크에는 남극해의 캠벨섬에서 이웃 나무와 270㎞ 이상 떨어져 홀로 자라는 나무의 나이테가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