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택시에 놓고 내린 휴대전화를 찾으려 연락한 승객에게 “빈 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며 사실상 사례금을 요구했더라도 죄는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남신향 판사는 최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택시 기사 김모(6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26)씨는 지난해 9월 새벽 시간에 김씨가 운행하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휴대전화를 택시에 두고 내렸다. 뒤늦게 이를 깨달은 A씨는 1시간 후 자신의 휴대전화로 연락했고, 기사 김씨는 전화를 받아 자신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휴대전화의 행방은 찾았으나, 반환 방법과 사례금 지급 여부가 문제였다. 김씨는 A씨에게 미터기를 찍고 A씨가 있는 곳으로 가서 휴대전화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택시비를 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A씨는 ‘당신 쪽으로 친구를 보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김씨는 다시 A씨와 통화하며 “못 오게 한 건 아니지 않나”, “설마 빈손으로 오지는 않겠죠”라고 말했다. 김씨와 A씨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A씨는 “그럼 갖고 계세요. 제가 경찰에 얘기할게요”라며 말했다. 김씨는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하며 전화가 종료됐다. 이후 A씨는 실제로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김씨는 경찰 연락을 받고 휴대전화를 A씨에게 반환했다.
검찰은 김씨가 A씨의 휴대전화를 자신이 가질 생각으로 즉시 반환하지 않았다며 김씨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A씨가 먼저 다시는 전화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해 틀림없이 후회하고 경찰과 같이 다시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휴대전화를 가질 생각은 없었다는 취지다.
법원은 택시 기사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남 판사는 “비록 김씨가 분실물 습득의 사후처리 절차를 소홀히 하고 사례금을 거절하는 듯한 A씨의 태도에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김씨에게 불법영득의사(해당 물건을 가지려는 의사)까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무죄로 판결했다.
남 판사는 이어 “김씨는 A씨에게 자신이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음을 밝히고 A씨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도 처분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었다”며 “김씨의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는 발언을 금액을 정하지 않은 사례금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한다고 해도 이런 점만으로는 김씨에게 휴대전화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기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