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직후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며 쓴소리를 해 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초선 당대표 주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 김 전 위원장이 당 대표 후보자를 만난 건 처음이다.
김 전 위원장은 “김웅 의원이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와 승낙했다. 일단 무슨 말을 할지 들어볼 것”이라고 전했는데 김웅 의원은 “당 재건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고 내가 당 대표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간청드릴 예정”이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 도전에 대해 “지금까지는 너무 얌전하게 하더라 세게 붙어라”라며 “당이 반드시 변화해야하고 당이 변화하는 데 새로운 인물이 당 대표가 되는 것보다 효율적인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게 붙으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다른 분들에 비해 왜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강하게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을 “지난 총선 직후 죽어가는 당을 살린 응급실 같은 분”이라며 “당에서 쫓겨났다는 모욕감을 느꼈을 수 있다. 당 대표가 되면 모시고 오겠다”고 공언해왔다. 김 전 위원장도 “초선 의원이 당 대표를 못 하란 법이 있느냐”(2일 KBS)고 호응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을 이끄는 동안 ‘호남 끌어안기’에 집중했는데, 김 의원은 당내 몇 안 되는 호남 출신(전남 순천)이란 연결지점도 있다.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이 ‘멘토 정치’를 하는 형식으로 정치 재개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다음 달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6월 13일 전후)와 이후 대선 정국에서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SBS 뉴스브리핑에 나와 “다시 당으로 돌아갈 일 없다. 정치에 미련 없다”면서도, 윤 전 총장을 지원할 지엔 “그건 미래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치참여 요인에 대해선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국민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앞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한 것과 비슷해 눈길을 끈다. 김웅 의원은 “그쪽(윤 전 총장 측)과 모종의 소통이 시작됐다”며 “탄핵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나 같은 사람이 당 대표가 되어야 윤 전 총장이 같이하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