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발'에 속지 말라는데도, 끌린다. 푹푹 찌는 여름, 어김없이 뜨는 야경 명당. 때마침 한국관광공사가 7월에 꼭 가봐야 할 '야간 명소'로 꼽은 야(夜)한 명당들이 있다. 가보시라. 야(夜), 한밤에.
◆ 달빛 고궁의 정취…수원 화성행궁
낮의 민낯보다는 밤의 '조명발'로 더 유명한 수원 화성행궁(사적 478호). 그야말로 선탠, 아니 문탠의 메카다. 코로나19를 뚫고 올해도 어김없이 '달빛 정담' 테마의 야간 투어가 가능하다. 밤의 화성은 특별하다. 은은한 조명에 마치 동화 같은 분위기. 실내에 부드러운 빛이 어려지는 봉수당은 신비로움까지 든다. 놓치지 말아야 할 인증샷 포인트는 낙남헌 앞 달토끼 쉼터.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형상화한 쉼터다. 숲속에 들어앉은 미로한정 부근에서는 가지런한 궁궐 지붕과 함께 현란한 도시의 밤 불빛이 어우러진다.
수원 화성(사적 3호)도 밤 투어 명당이다. 도심을 감싸는 5.5㎞ 성곽에 조명이 비추면 웅장함이 더해진다. 특히 방화수류정과 용연 주변은 밤마실 명소이니 꼭 찍어 보실 것. 야경 투어에 빠질 수 없는 게 야참 투어다. 화성행궁 건너편 수원통닭거리만큼은 찍어야 한다. 용성통닭, 진미통닭, 남문통닭 등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가게가 모여 있어, 언제 가도 바삭한 통닭과 흥겨운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야간 개장은 올해도 10월 말까지. 오후 6시~9시 30분까지 운영(월·화요일 휴장)한다. 한복을 입으면 입장료 무료. 잊지 마시라.
◆ 백제의 밤…부여 궁남지&정림사지
백제 야경으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는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 부여 궁남지(사적 135호)는 백제 무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이다.
이 일대가 원래 여름 투어의 백미다. 치렁치렁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흩날리고 습지에는 형형색색 화려한 연꽃들이 면면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침내 밤. 연못 안 포룡정 일대에 조명이 들어오면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정림사는 백제 성왕이 사비성(지금의 부여)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그 중심에 세운 사찰. 인적이 뜸한 밤에 조명이 들어온 부여 정림사지(사적 301호)는 적막하고 고요한 느낌이다.
이곳의 또 다른 여행지도 놓치지 말 것. 부여의 드라마 촬영 핫플인 서동요테마파크, 세상을 떠돌던 매월당 김시습이 말년을 보낸 만수산 기슭의 무량사, '썸 타는' 연인들의 인증샷 포인트인 부여 가림성 사랑나무도 꼭 들러 봐야 한다.
◆ 열대야 날리는 낙동강 음악분수
안동. 고등어만 떠올리면 안 된다. 예가 야경 명당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월영교는 전통미가 물씬 담긴 백투더퓨처 야경을, 역동적인 낙동강 음악분수는 강렬한 현대미의 야경을 뿜어낸다.
월영교부터 찍자. 길이 387m, 너비 3.6m 목책 인도교로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라 불리는 원이 엄마의 숭고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밤이면 경관 조명이 절묘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주말에는 분수까지 가동하니 열대야가 스며들 틈이 없다. 월영교에서 멈추면 안 된다. 이왕 안동 찍은 김에, 낙동강 음악분수도 쌍으로 봐줘야 한다. 월영교에서 낙동강 음악분수까지는 차로 불과 5분 거리. 레이저, 음악까지 어우러진 다이내믹 분수쇼가 여름밤 무더위를 날려버린다.
◆ 마, 오이소…버라이어티 부산 야경
부산 야경 투어, 잴 것 없다. 마, 가보시라. 황령산 고개까지 다양한 명당들이 즐비하지만 한여름 야경엔 무조건 송도해수욕장이다. 해변 동쪽에 조성된 송도구름산책로는 압권. 투명 유리의 스카이워크 구간에선 심장이 쫄깃해진다.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바로 위, 하늘을 보시라. 신상 탈것,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오색 불빛을 반짝이며 하늘을 수놓고 있다. 투명한 바닥, 크리스털크루즈를 골라 타면 짜릿함이 두 배. 바다 야경을 보며 걷고 싶다면 볼 것 없다. 초량이바구길이다. 2㎞ 정도 이어진 골목을 걸으며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