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Azzurri·푸른색) 군단’ 이탈리아가 승부차기 끝에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누르고 53년 만에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정상을 탈환했다.
이탈리아는 12일 잉글랜드와 벌인 유로2020 결승(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연장전까지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이탈리아는 1968년 자국에서 열린 유로 대회에서 정상에 선 이후 53년 만에 두 번째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탈리아는 또 A매치(국가대항전) 최다 경기 무패 행진을 34경기(27승7무)째 이어갔다. 반면, 잉글랜드는 홈에서 유로 첫 우승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이탈리아는 경기 시작 1분 57초만에 잉글랜드의 루크 쇼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키이런 트리피어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페널티박스 왼쪽에 있던 쇼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가른 것. 유로 결승전 역대 최단 시간 득점이었다.
잉글랜드는 전반 중반 이후 수비에 치중했고, 이탈리아는 중원을 장악해 점유율을 약 70%까지 높인 후 잉글랜드를 밀어 붙였다. 슈팅 수에서도 19대6으로 크게 앞섰다. 골문을 계속 두드린 끝에 후반 22분 동점골이 나왔다. 코너킥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잉글랜드 골키퍼가 조던 픽포드가 마르코 베르티의 헤딩슛을 쳐내면서 넘어졌고, 문전 앞에 있던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왼발로 밀어넣어 1-1을 만들었다. 보누치는 유로 결승 역대 최고령(34세71일) 득점에 이름을 올렸다.
후반을 1-1로 마친 두 팀은 연장 전·후반 30분에도 득점에 실패했고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선축에 나선 이탈리아는 두 번째 키커 안드레아 벨로티가 잉글랜드 골키퍼 픽포드에게 막히면서 1-2로 끌려갔다. 이후 이탈리아는 3·4번 키커가 골망을 가르는데 성공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3번 키커 마커스 래시퍼드가 실축한 데 이어 4번 키커 제이든 산초가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막혔다. 이탈리아가 3-2로 앞서면서 승부가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다섯 번째 키커 조르지뉴가 픽포드에게 막혔다. 잉글랜드 키커가 골을 넣으면 승부차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돈나룸마가 다시 나섰다. 그는 잉글랜드의 마지막 키커 부카유 사카의 슈팅을 넘어지며 막았고, 이탈리아 선수단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돈나룸마는 MVP(최우수선수상) 격인 ‘플레이어 오브 더 토너먼트’로 선정됐다. 1996년 이 상이 만들어진 후 골키퍼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돈나룸마는 3차례 무실점 경기와 9차례 선방을 기록했다. 스페인과의 4강전에서도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었다.
이탈리아는 월드컵에서 네 차례 정상에 오른 축구 강국이지만 유로와는 인연이 없었다. 유로는 1968년 자국에서 열렸을 때 딱 한 번 우승했다. 이번 대회 이전에 결승에 오른 것은 유로2012 였고, 스페인에 0대4로 졌다.
이탈리아는 2018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탈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2018년 5월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여러 선수를 발굴하고, 전통적으로 강한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 전술까지 가다듬으면서 팀 색깔을 바꿨다. 만치니 감독은 결국 팀을 맡은 지 3년 만에 유럽 정상에 올려놓았다.
한편, 잉글랜드의 주장 해리 케인은 결승전에서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적인 공격수임에도 소속팀(토트넘)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그는 대표팀에서 자신의 첫 우승을 노렸지만 이탈리아 벽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