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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상해 교수(서울벤처대 상담학과 한국청소년보호재단 이사장)

그때로 다시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때로 다시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 애도 기간이다. 어젯밤 늦은 시간 퇴근하면서 이태원역 1번 출구 10.29 참사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왔다.

 

하루에도 불쑥불쑥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어제는 모 방송국에 나온 영상을 보며 한참을 울었다. 고인이 된 사람들에게 밥 한 끼 먹고 가라고 상을 차려 놓은 인심 좋은 아버님과 이 밥상을 현장 보존 문제로 치워야 하는 경찰이 서로 다투다가 함께 어깨를 들썩이면서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보면서다.

 

애도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 한자는 슬플 애(哀), 슬퍼할 도(悼)를 쓴다. 슬퍼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 슬픔을 표하는 문화를 가리키기도 한다.”

 

애도는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무언가를 잃을 때 나타나는 상실감을 경험할 때 나타난다. 또한 어떤 사건에 대하여 나를 분리하지 못하고 동일시 할 때도 나타난다. 심리학에서는 ‘대리 외상 증후군(Vicarious Trauma)’이라고도 한다. 타인의 고통을 목격했을 때 우리의 마음속에 발생하는 '공감'과 충격적인 강도가 공감하는 주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현상이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는 10대와 20대에 집중됐다. 총 사망자(156명) 가운데 10대와 20대 사망자가 74%(116명)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또래 연령대 청년들이 ‘간접외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거나, 언론보도 등에 의한 간접적 경험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은 죽음과 이별이다. 애도는 주로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것이지만, 사실은 모든 의미 있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정신적으로 애도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다. 애도의 마음은 외부 세계에 대한 흥미의 상실과 죽은 대상에 관한 과 몰두로 삶에 대한 정서적인 능력의 감소와 의욕 상실이 일어난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함께 울고, 치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아픈 마음을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상담사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감정(분노, 우울)에 대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거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SNS 활동이나 일기를 쓰거나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과 대화를 걸어보자.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축복하고 용기를 주자. ○○야!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겪는 죽음의 이별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슬픔이 병적으로 심리적 문제(우울증, 불안, 분노 등)으로 변해, 자신과 맞서 싸우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애도 시간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다. 함께 슬퍼하고 함께 위로하고, 함께 어깨동무하고 함께 일으켜 세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평상시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쉽게 분노하고, 짜증을 낼 때가 있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으면 비로소 인생에서의 본질이 아닌 것들을 과감하게 내려놓게 된다.

 

인간의 삶의 본질과 비본질은 무엇일까?

본질은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전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을 신뢰하고 세상(국가)을 신뢰하게 된다.

이 상식이 우리 사회에 토착화 될 때 건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비본질적인 것을 ‘내려놓음’은 ‘포기’를, ‘느림’은 ‘뒤처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본질은 ‘행복’과 ‘자존감’이다. 지금 현재 삶의 무게와 무관하게,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이고, 행복할 권리를 타고난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고 바로 잡고 싶은 뼈아픈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행복을 위해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인생은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고, '만약'이라는 가정법은 문법책에서나 존재할 테지만 말이다.

 

그래서 항상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과거를 되돌릴 수 없으니 지금 여기, 현재의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를 생각하자고. 안 그러면 지금 현재의 이 시기를 또 아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움직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의 연속,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열정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 보자.

 

필자가 존경하는 호서대학교 설립자 고 강석규 명예총장님이 교수회의 마치면서 항상 하시던 말씀을 소개한다. “여러분은 아직 젊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작해 보십시오!”

 

10.29 참사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합니다.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애도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변상해 교수는 서울벤처대 상담학과, 한국청소년보호재단 이사장, 전국 54개 교정기관에서 사형수 무기수 장기수 전문상담 및 인성교육, 연평도 포격도발 군인가족 트라우마 치료 상담사로 활동함.

[서울=인사이드 피플] 노승선 기자